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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1990년대 전반, 3저 호황
1980년대 후반 우리나라는 3저 여건에 힘입어 생산과 투자를 확대하고 수출을 대폭 늘려 1960년대 이래 최대 호황을 누렸다. 그렇다면 3저 여건은 어떻게 조성되었을까?
첫 째 저금리. 당시 저금리 환경은 미국의 금리 변화를 계기로 조성됐다. 2차 오일 쇼크로 고물가에 시달린 미국에서는 1980년대 초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시장금리 상승을 유도하는 정책을 폈다. 금리가 오르면 소비가 줄어 경기가 나빠지는 부작용은 있지만 저축이 늘고 물가가 내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과연 고금리 정책은 주효햇 물가 급등세를 잡을 수 있었다.
1980년대 중반 들어서는 미국정부가 물가 안정세를 배경으로 경기 부양에 나섰고, 중앙은행도 저금리 정팩을 펴서 소비와 투자를 부추겼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추 역할을 하는 미국에서 시장금리가 내리자 각국 시장 금리고 미국을 따라 내려서 글로벌 저금리 여건이 조성됐다. 국제 금리가 낮아진 덕에 기업은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사업자금을 비교적 쉽게 빌려 투자와 생산을 늘릴 수 있었다.
둘째, 저유가. 저유가 여건도 오일쇼크를 배경으로 조성됐다.
10년 새 두 번이나 발생한 오일쇼크로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은 세계 각국은 아무래도 중동 원유 의존도를 낮춰야겠다고 마음먹고 유전 개발에 적극 나섰다. 유전이 늘어나면 자신의 원유 시장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본 OPEC은 원유를 대폭 증산해서 유가를 낮추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원유 판매가를 유전 개발 사업 수지가 맞지 않을 정도로 떨어뜨리면 유전 개발을 포기시킬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OPEC이 원유를 증산하자 1980년대 초 베럴까지 올라있던 유가는 1985년 중반 2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국제 유가 하락은 우리 수출기업의 생산비 부담을 낮춤으로써 국산품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 증가에 큰 도움이 됐다.
셋째, 원 저, 3저 호황은 특히 원 저 덕을 많이 봤다. 원 저 여건이 조성된 배경에는 엔화 시세의 갑작스러운 폭등이 있었다. 엔화는 왜 갑자기 폭등했을까?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방아쇠를 당겼다.
1980년 상반기에 미국은 무역적자가 날로 커졌다. 반면 일본이나 독일은 탄탄한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미 상품 수출을 늘려 흑자를 크게 냈다. 일본. 독일에 비해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져서 무역적자를 본다고 판단한 미국은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달러 시세를 낮춰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이론상 달러 시세가 낮아지면 미제 상품 가격이 싸져서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1985년 주요국 대표를 모아 국제 통화 시세의 인위적 조정, 특히 일, 독 통화인 엔화와 마르크화 시세를 높이고 달러 시세는 낮추는 데 합의한다. 이른바 플라자합의다. 이후 각국 정부는 서로 협조하며 외환시장에서 외환을 매매하는 방법으로 국제 통화시세를 조정했다.
플라자 합의 뒤 엔화 시세는 두 달 만에 달러당 평균 240엔 선에서 200엔으로 올랐다. 전에는 1달러를 손에 쥐려면 240엔을 줘야 했는데 이젠 200엔만 주면 되니 엔 시세가 뛴 셈이다. 엔 시세가 오르면 일본산 제품은 수풀이 불리해진다. 달러당 240엔 할 때 200엔을 들여 상품을 만들고 1달러에 수출한다 치자. 수출대금을 받아 환전하면 40엔이 이익이다. 그런데 달러 대 엔 시세가 1대 200으로 오르면 수출대금 1달러를 환전해서 남는 이익이 제로다.
일본은 수출 여건이 크게 불리해졌지만 우리나라는 반대로 유리해졌다. 달러 대비 엔 시세가 비사진 데 비해 원화는 시세가 싸졌기 때문이다. 동남아 각국 통화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시세가 싸졌다. 일본은 수출에 타격을 입었지만 우리나라와 동남아 각국은 일본과 경쟁하는 상품 중심으로 수출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1990년대 후반, 엔저 불황과 재벌 몰락
경기는 순환하는 법이다. 호황도 언젠가는 저문다. 불황 때 타격을 받지 않으려는 기업이라면 호황 때도 불황을 대비해야 한다. 기술, 설비, 인력에 투자해서 제품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고 수익력을 키워둬야 경기가 나빠져도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다. 3저 호황 때 우리 기업은 어땠나? 미래 대비에 소홀했다. 호황 때 번 돈을 생산적 투자로 돌리기보다 주식과 부동산에 대거 투자해서 재테크로 불리기에 바빴다.
기업 경영은 수익 또는 외형 위주로 할 수 있다. 수익 위주 경영은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경영 방식이다. 많이 팔려 애쓰기보다 고급 제품을 생산하고 고가에 팔아서 비용 대비 이익을 많이 낸다. 빚은 되도록 적게 져서 이자 부담에 따른 수익성 하락을 막는다. 반면 외형 위주 경영은 질보다 양을 추구한다. 고품질 제품을 고가에 팔기보단 값싼 제품을 대량 생산, 판매해서 이익은 적게 나도 매출 키우기에 중점을 둔다. 빚을 져서라도 자산 규모를 키운다 기업 회계상 기업 자산은 자본과 부채로 구성되고 부채가 늘어도 자산은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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