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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의도치 않은 타인의 행동에 행복해지는가 하면 불편해지기도 합니다. 타인의 행동, 즉 나의 외부에서 일어난 일이 나에게 영향을 주는 것인데, 이러한 일은 경제 주체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경제 활동 과정에서도 종종 일어납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외부 효과라고 표현합니다. 외부 효과는 어떠한 경제적 행위가 일어났을 때 그 행위를 하지 않은 제삼자가 혜택을 보면서도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제삼자가 피해를 보면서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 역시 외부 효과에 해당합니다. 시장 실패가 발생하면 시장 내에서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기도 하지만, 시장에서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워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일도 빈번히 일어납니다. 따라서 외부 효과로 인해 시장이 실패할 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식이 활용되는지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외부효과 긍정과 부정

긍정적 외부효과

외부 효과에는 긍정적 외부 효과(외부 경제)와 부정적 외부 효과(외부 불경제)가 있습니다. 먼저 어떤 경제적 행위가 일어났을 때 아무런 비용을 치르지 않은 사람이 혜택을 보는 긍정적 외부 효과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혜택을 보는 입장에서는 뜻밖의 횡재이므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회 전체 구성원들의 효용을 중심으로 경제 문제를 분석하는 후생경제학의 관점에서는 달리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생산 과정에서 긍정적 외부 효과가 나타나는 사례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대표적으로 신기술의 개발을 들 수 있습니다. 신기술이 개발되면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고, 기업들은 그 신기술을 자사의 제품에 적용하거나 그 신기술을 디딤돌로 삼아 또 다른 신기술을 개발할 수 있게 됩니다. 그 결과, 사회 구성원들의 편익이 증가하는 상황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이렇게 증가한 편익에 대한 비용을 치르는 사회 구성원이 없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요? 아무런 대가 없이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노력과 시간을 들이겠다는 사람이 아니라면, 신기술을 개발하려는 의지가 꺾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시장 내에서 신기술 거래에 대한 가격 기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신기술은 사회 구성원들이 필요로 하는 사회적 최적 수준만큼 개발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시장은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신기술 개발이 사회적 최적 수준에 가까워지도록 정부가 나서서 문제 해결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유형의 시장 실패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도입하고 있는 특허 제도를 들 수 있습니다. 특허 제도는 신기술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는 한편, 신기술이 필요한 측이 특허권을 지닌 측에 사용료를 지불하고 신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사용료라는 가격 기구가 작동하게 해 신기술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만큼 개발될 수 있도록 한 사례입니다. 시장 내에서 신기술의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했다는 측면에서 외부 효과를 내부화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신기술 개발과 비슷한 사례로 다양한 학문에서 진행되는 기초 연구를 들 수 있습니다. 기초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사회에서 다양한 혁신이 일어나 사회 구성원들의 편익이 증진될 것입니다. 그러나 연구자가 연구를 위해 시간과 돈, 역량을 쏟아붓고도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면, 활발한 기초 연구가 지속적으로 수행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때 정부가 연구자들에게 지원금을 제공해 기초 연구의 활성화를 촉진하는 정책을 펼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정부는 기초 연구 지원금 규모를 2017년 1조 2,600억 원에서 2022년 2조 5천 억 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이와 같이 긍정적 외부 효과로 인해 시장 실패가 나타날 때 보조금을 제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은 영국의 경제학자 피구가 가장 먼저 했기 때문에 이러한 유형의 보조금을 ‘피구 보조금(Pigouvian Subsidy)’이라고 부릅니다.

 

부정적 외부효과

다음으로, 어떤 경제적 행위가 일어났을 때 그 행위를 하지 않은 사람이 피해를 보는 부정적 외부 효과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부정적 외부 효과의 대표적 사례는 환경오염입니다. 기업이 의도적으로 환경을 오염시키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산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일어나기 마련이고, 이로 인해 생산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사회 구성원들의 피해, 즉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상황인데 기업이 이에 대한 부담을 지지 않아 생산이 사회적 최적 수준보다 많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 경우에도 시장에서 실패가 일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정적 외부 효과가 발생할 때는 정부가 그 원인을 제공한 측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방법이 활용되곤 합니다. 정부가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외부 효과를 발생시킨 데 대한 비용을 기업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고려하게 만드는 조치입니다. 기업은 내야 할 세금을 고려해 이전보다 생산량을 줄이는 결정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정적 외부 효과를 막기 위해 세금을 부과하자는 주장을 가장 먼저 한 사람도 피구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유형의 세금을 ‘피구세(Pigouvian Tax)’라고 부릅니다. 지구 온난화가 심화하면서 기상 이변이 속출하자 환경오염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에 최근에는 탄소배출권 제도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탄소배출권은 일정 기간 동안 6대 온실가스를 정해진 양만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인데, 기업 입장에서는 탄소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므로 탄소배출권은 일종의 세금과 같은 기능을 하게 됩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오염 물질 배출 권리를 사고팔 수 있는 제도로, 기업들은 각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배출권을 거래한 다음 소유한 배출권에 해당하는 만큼 오염 물질을 배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배출권의 총량을 정해 놓고 배출권이 시장에서 거래되도록 외부 효과를 내부화한 사례입니다.

 

지금까지 시장의 실패를 초래하는 외부 효과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외부 효과가 발생할 때 정부가 제도나 정책을 통해 시장 실패를 해결하는 사례를 주로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외부 효과가 존재한다고 해서 반드시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가 가진 정보가 완벽하지 않아 사회적 최적 수준의 편익이나 비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시장이 실패하는 것처럼 정부도 실패할 수 있습니다. 정부 실패는 시장 실패만큼이나 사회 전체에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 많은 경제학자의 생각입니다. 다만, 현실에서는 시장이 언제나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장에서 스스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는 최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도록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정부의 역할일 것입니다.


현실 경제는 복잡하고 까다로워 시장에서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시장이 실패했다고 합니다. 시장의 실패를 초래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입니다. 이 글에서는 시장 실패의 한 원인인 외부 효과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