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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재출시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포켓몬 빵. 24년 만에 재출시된 포켓몬 빵은 그야말로 없어서 못 살 정도로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그런데 그 인기는 빵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들어 있는 포켓몬스터 스티커, 띠부띠부씰에 있습니다. 스티커만 빼내고 빵을 버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스티커만 비싸게 파는 사람들도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포켓몬 빵의 가치는 띠부띠부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소비자들이 그렇게 느껴서이기도 하지만, 경제학적인 관점으로도 그렇습니다. 왜 그런지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포켓몬 스티커에 숨어 있는 의미
포켓몬 빵 자체는 기존에 흔히 볼 수 있었던 빵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빵 봉지에 포켓몬스터 캐릭터가 그려져 있고, 빵과 함께 포켓몬스터 스티커가 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포켓몬 빵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본품인 빵보다 포켓몬 스티커에 더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이처럼 증정품이나 사은품, 경품 등을 얻기 위해 제품을 소비하는 현상을 가리켜 ‘왝 더독(Wag the dog)’이라고 표현합니다. ‘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영어 속담에서 유래한 용어로,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무언가를 내걸어 제품의 소비를 촉진하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포켓몬 빵이 매장에 입고되기가 무섭게 팔려나가는 이유는 빵보다는 포켓몬스터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에 숨어 있습니다. 포켓몬 스티커만의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은 포켓몬 빵 대란을 통해 이미 충분히 체감하고 있지만, 객관적인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같은 제조사의 기존 제품들 중에서 스티커만 제외하고 조건이 같은 제품이 있다면, 두 제품의 가격 차이는 곧 스티커가 만들어 낸 가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부가가치 창출 과정과 국내 총생산의 의미
과자를 사고 받은 영수증에서 부가세라는 이름으로 얼마의 금액이 찍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 부가세는 부가 가치에 매겨진 세금이라는 뜻으로, 부가 가치세를 줄인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커피가 4,500원이라면 우리는 그 커피의 온전한 값이 4,500원이라고 받아들이기 쉽지만, 사실은 커피값에 부가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농산물이나 도서 등 일부 예외 품목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물건을 사면 부가세가 붙어 있는데, 이는 곧 물건을 거래할 때는 부가 가치가 생겨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 먹을 수 있는 것은 카페 직원이 원두와 커피 머신, 물, 컵, 그리고 자신의 노동력을 사용해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서비스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중간재가 투입되어 최종적으로 아메리카노가 만들어지면 소비자는 원래의 중간재만으로는 받을 수 없는 효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카페에서 마시는 아메리카노의 최종 가격에는 이러한 부가 가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는 생산 과정의 단계별로 새롭게 추가되는 부가 가치가 누적된 산물입니다. 그리고 일정 기간 동안 한 나라의 국경 안에서 생산된 부가 가치를 모두 합친 것이 바로 그 나라의 국내 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입니다. 우리나라의 GDP는 한국은행이 보통 한 분기나 한 해 단위로 산출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GDP는 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로 쓰입니다.
산업 연계, 문화 콘텐츠 산업의 윈윈 전략
한 산업의 생산물은 관련 산업들의 생산, 고용, 부가 가치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렇게 산업 간 주고받는 모든 영향을 산업 연관 효과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면 게임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와 관련된 프로그래밍 기술, 배경 음악, 캐릭터 디자인 등이 필요하며 이는 해당 산업의 생산 증가로 이어집니다. 생산이 늘어나려면 생산 인력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고용도 증가하고, 생산물이 증가한 만큼 부가 가치도 커지는 것입니다. OSMU 사례와 같이 한 산업의 콘텐츠가 다른 산업을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되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집니다. 영화·음반·게임 등 문화 콘텐츠 산업은 이러한 구조에 특히 최적화된 산업입니다. 문화 콘텐츠의 특성상 하나의 형태에 갇혀 있지 않고, 다른 분야로 확장해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입니다.
게임 산업은 다른 산업과의 연계가 활발한 산업 중 하나입니다. 전 세계가 사랑하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 이하 롤)는 해외 게임 중 게임과 음악을 성공적으로 접목시킨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롤의 캐릭터(챔피언)들로 구성된 가상 걸그룹 ‘K/DA’는 실제로 음반을 여러 차례 발매해 좋은 성적을 기록했고, 증강 현실 기술을 통해 국내외 유명 가수들과 합동 공연을 펼쳐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K/DA는 게임과 음악 산업뿐만 아니라, 디자인·공연·엔터테인먼트·IT 업계 등 여러 관련 산업 전반에 걸쳐 큰 파급 효과를 일으켰습니다. 국내 게임사들도 다양한 장르로 콘텐츠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2022년 3월에는 국내 인기 게임인 메이플스토리의 배경 음악을 오케스트라로 연주한 OST 콘서트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가 열려 음악 산업과의 색다른 만남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배틀그라운드의 개발사인 크래프톤은 ‘펍지(PUBG) 유니버스’라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게임의 캐릭터와 세계관을 활용한 웹툰, 다큐멘터리, 단편 영화 등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부가 가치 창출을 위한 노력
한 국가의 경제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로도 쓰이는 만큼 부가 가치는 경제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런 만큼 국가 차원에서도 문화 콘텐츠 산업 간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콘텐츠멀티유즈랩’을 운영하며 다양한 콘텐츠 창작 프로그램, 작가 양성 클래스 등을 열고 문화 콘텐츠의 OSMU를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인기 게임의 지식 재산권과 예술의 만남을 주제로 한 전시회 <콘텐츠멀티유즈展>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문화 콘텐츠 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생산 활동에 있어서 부가 가치의 창출과 극대화는 경제 주체들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이나 국가 기관만이 할 수 있는 거창한 일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우리가 하는 일이나 하게 될 일에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기회가 있습니다. 내가 창출할 수 있는 부가 가치는 어디에 있고, 어떻게 하면 그것을 더 높일 수 있을까요? 이렇게 끊임없이 고민하다 보면 언젠가 포켓몬 빵과 같은 제품이 내 손에서 탄생하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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