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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기준 금리를 올렸는데 함께 오르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원/달러 환율입니다. 2022년 7월 15일 원/달러 환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높은 1,328원까지 올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원/달러 환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외환 위기 중이었던 1998년입니다. 당시 1,960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오르락내리락 변동을 반복하며 2006년에 900원대로 하락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는 1,570원까지 올랐습니다.
환율은 왜 이렇게 변하는 걸까요? 지금부터 환율의 의미와 환율이 변동하는 이유, 그리고 우리가 환율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환율이 오르락내리락 변하는 이유
환율은 두 나라 통화의 교환 비율을 의미합니다. 즉, 우리나라 돈을 다른 나라 돈으로 바꿀 때 적용되는 돈과 돈의 교환 비율을 환율이라고 합니다. 원/달러 환율이 1,328원이라는 것은 1달러가 1,328원에 거래된다는 의미입니다. 국내에서 상품을 사고팔 때 돈을 주고받는 것처럼 다른 나라와의 거래에서도 돈을 주고받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원화(₩), 미국은 달러화($), 중국은 위안화(Ұ), 일본은 엔화(¥), 유로존은 유로화(€), 영국은 파운드화(£)를 사용합니다. 이렇게 나라마다 서로 다른 단위의 통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돈이 필요할 때 돈을 사고파는 거래를 해야 합니다.
이때 서로 다른 통화의 거래는 외환 시장에서 이루어집니다. 외환이란 외국의 통화를 포함해 외국 통화의 가치를 지니는 수표, 어음, 예금 등을 모두 지칭하는 말입니다. 환율은 외환 시장에서 결정되며 이때 상품 시장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적용됩니다. 미국 달러화로 예를 들어 볼까요?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에 자동차 공장을 세우거나 미국산 항공기를 수입하려고 한다면 미국 달러화가 필요합니다. 달러화가 필요할 때는 외환 시장에서 달러화를 사야 하므로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달러화를 사려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은 달러화의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므로 이때 원/달러 환율은 상승합니다. 즉, 달러화 대비 원화의 가치는 하락합니다. 이전보다 더 많은 원화로 달러화를 구매하게 됩니다. 한편 외국인 투자자가 우리나라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을 사려고 하거나, 미국 기업이 우리나라 기업의 반도체를 수입할 때는 원화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많아지거나 우리나라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외환 시장에 달러화는 많아지고 원화는 적어져서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게 됩니다. 즉, 달러화 대비 원화의 가치는 상승합니다. 이전보다 더 적은 원화로 달러화를 구매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최근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물가가 급등하는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치솟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긴축 통화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준은 기준 금리를 한 번에 0.75% 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을 2022년 6월에 이어 7월에도 밟았습니다. 이처럼 연준은 이전과 다른 빠른 속도와 큰 폭으로 기준 금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미국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2022년 달러화 가치 상승의 절반 이상이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통화 정책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렇듯 기준 금리의 변동과 같은 통화 정책은 환율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걸까요? 일반적으로 미국의 기준 금리보다 우리나라의 기준 금리가 높아지면, 우리나라 자산에 투자했을 때 얻는 수익률이 더 높기 때문에 원화를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게 됩니다. 달러화의 공급이 증가하는 상황으로 원/달러 환율은 하락합니다. 지금은 전 세계적 물가 급등 상황으로,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기준 금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이유는 연준이 앞으로도 기준 금리를 계속 올릴 것으로 예측되면서 미국 달러화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세계 경제가 불안정할 때는 우리나라에 투자하려는 심리가 위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외환 시장에서 달러화 공급이 줄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자산을 팔아 다시 달러화를 사면 외환 시장에서 달러화의 공급이 감소하게 됩니다.
전 세계가 달러화에 신경을 쓰는 이유
세계 각국이 미국 달러화에 신경을 쓰는 것은, 미국 달러화가 세계의 기축 통화이기 때문입니다. 기축 통화는 세계 여러 나라가 물건을 사고팔 때나, 금융 거래를 할 때 기본이 되는 화폐입니다. 우리는 여러 나라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 오고 또 여러 나라로 물건을 팝니다. 그때마다 그 나라의 통화로 바꿔서 결제하려면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닐 것입니다. 국제 거래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기축 통화로 결제하면 편할 것입니다. 실제로 국가 간, 기업 간 국제 거래는 주로 달러화로 이루어집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1월 기준으로 국제 결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통화는 달러화(39.92%)이고 그 뒤는 유로화(36.56%)입니다. 우리나라가 2021년에 수출하고 받은 결제 대금의 83.9%가, 수입하고 지불한 결제 대금의 80.1%가 달러화였습니다. 달러화는 2차 세계 대전 이후부터 기축 통화의 지위를 유지하며 전 세계 각국이 운용하는 외환 보유액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기축 통화인 달러화는 다른 통화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신뢰를 받으며 안전 자산으로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달러화에 비해 원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항상 나쁜 것일까요? 여러분이 원자재를 수입해 물건을 만드는 제조업자라고 생각해 봅시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에서 1,300원으로 100원 올랐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전에는 1,000달러짜리 원자재를 수입하는 데 120만 원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130만 원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원화가 약세일 때는 원자재를 수입하는 사람은 손해를 봅니다. 원자재 가격이나 환율의 상승이 국내 기업의 생산 비용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약 5개월이 걸린다는 분석이 있는데 이 상황에서 제조업자는 증가한 생산 비용을 반영해 제품의 가격을 올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 제품을 최종적으로 소비하는 소비자는 원/달러 환율의 상승으로 이전보다 더 비싸게 물건을 구매하게 됩니다. 해외에 투자하거나, 해외로 돈을 보내거나, 외국에 갚아야 할 빚이 있어 달러화가 필요한 사람들은 어떨까요? 역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이전보다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하므로 그만큼 불리해집니다. 한편, 달러화를 가지고 있던 사람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해 이전보다 더 많은 원화로 바꿀 수 있으므로 이득일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외화 자산이나 부채를 가지고 있을 때 환율의 변동에 따라 이득을 볼 때는 환차익, 손해를 볼 때는 환차손이 발생했다고 표현합니다. 수출하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일 때는 10,000원짜리 상품을 수출할 때 8.3달러로 표시하는데 1,300원으로 환율이 오르면 7.6달러로 표시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나라 제품과 경쟁하며 품질이 비슷한 미국산 제품의 가격은 그대로인데, 우리나라 제품의 가격이 내려가면 우리나라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표현합니다. 반대로 원화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달러화의 가치는 낮아져도 누군가는 이득을 보고 누군가는 손해를 봅니다. 원화가 다른 통화에 비해 강세라면 같은 양의 원화를 가지고 이전보다 더 많은 양의 외화를 살 수 있습니다. 어느 상황에 있느냐에 따라 지갑이 두꺼워질지 얇아질지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환율에 대해 알아보며 기준 금리와 물가, 환율이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다는 것을 확인해 봤습니다. 환율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결정되며 이때 기준 금리뿐 아니라 다양한 국내외 경제 변수가 외환 시장에 영향을 줍니다.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돈의 가치는 계속해서 시소를 타며 환율도 변동할 것입니다. 이렇게 변하는 환율은 우리나라 경제 전체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경제생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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