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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가진단키트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정부는 자가 진단 키트를 ‘위기대응 의료제품’으로 지정하는 한편, 약국과 편의점에서만 판매할 수 있게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고, 1인이 구매할 수 있는 수량을 최대 5개로 제한했습니다. 또한 키트 종류에 상관없이 1회 사용분은 무조건 6,000원에 판매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미허가 키트가 시중에서 거래되는 것을 방지하고, 키트가 안정적인 가격 수준에서 판매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가격 통제 정책이었습니다. 

 

가격통제정책

 

최저 가격제와 최고 가격제

정부는 물가를 안정시키고 소비자 또는 생산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격 통제 정책을 시행하곤 합니다. 가격 통제 정책은 재화나 서비스를 정부가 정한 가격보다 낮거나 높은 수준에서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인데, 여기에는 최저 가격제(Price Floor)와 최고 가격제(Price Ceiling)가 있습니다.

먼저 최저 가격제는 시장 가격의 하한선을 정하고 그보다 높은 가격에서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으로, 가격 하한제라고도 부릅니다. 노동을 공급하는 근로자에게 일정한 수준 이상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최저 임금보다 높은 수준에서 고용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최저 임금제가 최저 가격제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최저 임금제는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19세기말에 처음 등장해 현재 세계 여러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정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부터 실시되고 있으며 현재 1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한편 최고 가격제는 시장 가격의 상한선을 정하고 그보다 낮은 가격에서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으로, 가격 상한제라고도 부릅니다. 대표적인 예로 과도한 주택 가격의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주택 분양 가격을 제한하는 분양가 상한제, 「이자제한법」에 따라 민사 계약에서 지급되는 이자의 최고 한도를 정하는 최고 이자율제도가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는 주로 물가를 낮추는 한편, 소비자가 과도한 금액을 지불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시행됩니다. 예를 들어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을 구매해서 실제로 거주하고자 하는 주택 실수요자를, 최고 이자율 제도는 제2금융권이나 제3금융권과 같이 불리한 조건에서 금융 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금융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런데 가격 통제 정책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 시장 가격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에 의외의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가격 통제 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가격은 시장 참여자들이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신호의 역할을 합니다.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거나 공급이 감소할 때 가격이 상승하는데, 이 신호에 따라 수요자는 수요량을 줄이고 공급자는 공급량을 늘리게 됩니다. 그런데 가격 통제 정책이 도입되면 가격은 신호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저 임금제에 의해 시장의 임금이 인위적으로 상승하면, 임금 상승이 신호가 되어 고용주는 노동 수요량을 줄이고 근로자는 노동 공급량을 늘립니다. 그 결과 노동 시장에서 노동이 초과 공급되는 상태로 이어지는데, 이는 곧 수요자와 공급자를 균형 상태로 이끌어야 할 가격이 신호 역할을 잘못 수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서두에서 아사르 린드벡이 “주택 임대료를 통제하는 것은 폭격 외의 수단으로 도시를 파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라고 말한 것과 같이, 가격 통제 정책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제품의 품질을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만약 정부가 임대료 상한제를 통해 임대 주택의 임대료를 최고 가격으로 제한한다면, 임대인들은 이익을 늘리기 위해 낮은 품질의 주택을 시장에 공급할 것입니다. 임차인들이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주택을 빌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책의 목표와는 다른 결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이와 같이 가격 통제에는 여러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에, 정부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세금을 부과해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기도 합니다. 보조금은 정부가 재정을 지출해 수요나 공급을 증가시키는 수단인 반면, 세금은 정부가 수요나 공급을 억제하고 재정 수입을 얻는 수단입니다. 그러나 보조금은 과도하게 지급하면 정부의 재정이 악화될 수 있고, 세금은 과세자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지운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가격 통제 정책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경제학자들 중에는 가격 통제 정책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적지 않게 미치기 때문에 반대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가격 통제 정책이 상황에 따라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시장이 균형 상태를 향해 조절되는 속도가 늦어 비효율이 발생하거나, 시장에 하나의 독점 기업이 존재하거나 소수의 기업이 담합해 폭리를 취하는 경우가 그러한 상황에 해당합니다. 역사적으로도 재난이나 전쟁처럼 갑작스럽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가격 통제 정책이 다른 정책과 함께 시행되었을 때 단기적인 효과를 보였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자가 진단 키트의 가격 폭등을 바라본 사람들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일어난 마스크 대란처럼 일부 판매자가 가격 급등에 따른 시세 차익을 노리고 물량을 사재기하거나, 재고를 판매하지 않고 보관하는 일이 또 일어날까 봐 걱정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2월, 정부는 키트가 6,000원에 판매되도록 최저 가격제와 최고 가격제를 함께 한시적으로 적용하고, 3월에는 총 1억 9천만 명분의 키트가 공공과 민간에 공급되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 결과 키트가 안정적으로 수급되었고, 2022년 4월에는 가격 제한 조치가 해제되기도 했습니다. 단기적인 가격 통제를 통해 키트의 가격을 안정화하고, 집중적인 공급 지원을 통해 키트 생산량을 증가시킨다는 정책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한 것입니다.


이상으로 가격 통제 정책을 여러 관점에서 알아보았습니다. 앞서 살펴본 사례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정부가 무엇을 어느 정도로 통제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정부의 개입으로 인해 자원 배분이 더욱 악화되는 정부 실패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정부가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완전하지 못하고, 정책의 결과로 시장 참여자들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지를 예상하고 통제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 통제 정책은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대가를 고려해 시행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