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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그플레이션은 어떤 때 나타날까?

주로 원유나 곡물 같은 핵심 원자재의 시장가격이 폭등하면서 경제에 총공급이 부족해지는 사태, 곧 공급 충격을 받아 물가가 급등할 때 발생한다. 전쟁이나 전염병이나 기상이변 같은 일이 생기면 작물 생산이 감소하고 운송수단이나 시설이나 인력 등의 수급에 장애가 생기면서 상품 공급망이 훼손된다. 그 결과 상품 공급이 제한되고 가격이 치솟으면서 스테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 

 

현대 세계사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은 1970년대 두 차례 오일쇼크 때 많은 나라가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실업 증가를 동시에 겪으면서 본격 등장했다. 이후 각국에서 경제 성장이 정체하거나 퇴보하는 가운데 물가가 오를 때마다 주목받기는 했지만 1970년대처럼 글로벌 스태그블레이션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낳았다. 러시아는 유럽의 곡창이라고 불릴 만큼 옥수수와 밀을 많이 수출하는 곡무루 주산지 우크라이나를 봉쇄해 세계 곡물가를 폭등시켰다. 로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선 독일 등 유럽에는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 또는 감축해 국제 에너지 가격을 폭등시켰다.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자 세계규모로 생산과 투자, 소비가 위축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위기감이 고조했다. 

 

스태그플레이션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좋을까?

스태그플레이션이 불황이라는 점에 착안하면 정부가 재정을 풀어 실업을 줄이는 정책을 써야 한다. 경기가 침체하면 물가 상승 걱정은 안 해도 되지만 실업이 늘어난다는 것이 경제학의 정설이기 때문이다. 1950년대에 영국 경제학자 필립스는 1862년부터 1957년까지 영국의 시계열 경제 통계를 분석해 임금상승률과 실업률이 반비례한다고 발표하고, 뒤이어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사이에도 반비례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주류 경제학에서는 경기가 확대되면 실업은 줄지만 임금과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침체하면 물가가 오를 걱정은 안 해도 되지만 실업이 늘어난다는 것이 정설이 되었다. 그런데 스태그플레이션은 불황이면서 실업도 늘고 물가도 오른다. 경기가 침체한다고 재정을 풀면 가뜩이나 오르는 물가가 더 올라 경기 침체와 실업증가를 가속할 수 있다. 반대로 물사 상승세를 막는다고 통화와 재정을 긴축해도 경기 침체와 실업 증가를 가속할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자체가 경제학의 전통 이론 모델을 벗어나는 현상이다 보니 적절한 대처 방책을 찾기 어렵다. 결국 일단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단기적으로 대응할 방책은 없고, 있다면 장기 대책뿐이다. 학계에서는 생산성 향상을 장기 대책으로 든다. 

생산성이란 투입분에 비해 산출분의 수량이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를 재는 지표다. 생산성 향상은 주로 기술 혁신으로 가능하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생산자가 상품 생산 원가와 판매가를 낮출 수 있다. 상품 가격이 낮아지면 수요가 늘어나면서 판매, 투자, 고용이 잇달아 증가할 수 있고, 물가가 오르지 않는 가운데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 요컨대 시간이 걸리더라도 생산성을 높이면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경기를 띄워 스태그플레이션을 돌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1990년대 미국에서는 기술 혁신에 힘입은 IT혁명이 경제의 생산성을 높여 약 10년간 물가 안정과 호황을 이루어냈다. 당시 미국 경제를 두고 한동안 신경제라는 호칭이 유행했다. 그 이전 경제에서는 경기가 확대되면 으레 물가가 올라 더 이상의 경기 확대에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이란 인플레이션과는 정반대로 재화 전반의 물가가 떨어지는 현상이다. 물가가 떨어지면 소비자는 좋지 않아? 경제가 순조롭게 돌아가면서 기업이 기술을 혁신해 생산성을 높이고 생산비를 낮춰 소비자가격과 물가가 내린다면 좋다. 소비자뿐 아니라 모두에게 좋다. 저물가가 소비를 늘려 생산을 자극하고 고용과 투자를 늘려 성장세를 높이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 때 나타나는 물가 하락은 다른 경우다. 경제 발전과 생산성 향상 덕이 아니라 수요와 공급에 미치지 못해서 물가가 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 때 나타나는 저물가는 기업이나 소비자나 논덜이 가 시원찮거나 빚 부담에 짓눌린 탓이다. 국민 경제 차원에서 보면 공급력에 비해 구매력이 떨어져 주요가 부진해진 결과다. 수요 부진으로 저물가가 지속되면 판매가 줄고, 생산, 고용, 투자 규모가 줄어 경기가 나빠지고 국민경제 성장 능력이 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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